첫 회고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함'이라는 뜻을 가진 회고,
3년 차 개발자인 2023년에 처음으로 써보고자 한다.
찾아보니 회고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던데.. 회고에서조차 뭘 분석하고 쓰긴 싫어서 손이 가는 대로 쓸 거다!
사실 저 회고의 뜻을 위해 월간 일기를 네이버 블로그에 쓰고 있었다.
나이가 드니 남는 건 사진과 기록뿐이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기 때문..(기억력이 안 좋아져서도 있음)
저 일기는 개발자인 '나'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노예, 도비인 '나'의 일기기 때문에
이제 개발자인 '나'의 1년을 회고해보고자 한다.
첫 모각코
어떤 이유에선지 모르겠는데 문득 인프런 커뮤니티를 보다가, 대구도 개발자 단톡이 있고, 거기서 모각코를 한다는 글을 보게 됐다.
혼자 공부하다가 심심했는데 잘됐다 싶어서 바로 오픈채팅에 들어갔고, 얼마 안 돼서 모각코도 참여해 봤다.
공부하러 동성로까지 가는 게 좀 귀찮았지만, 가는 김에 시내 구경도 하니까..
개발자가 좋은 이유가 다른 직군에 비해 네트워킹, 커뮤니티가 활성화돼 있다는 점인데 지방이라 이 장점을 못 느끼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웠다.
근데 대구에도 모각코가 있었단 걸 알고 관심도의 차이인가? 하고 반성했다. (오랜만에 모집글을 올리셨다고는 하지만)
가보니 취준생부터 프론트엔드, 백엔드, 풀스택 등 여러 개발자분들이 계셔서 기술 얘기도 하고 취준생분들께 우리 회사 정보고 드리고 유익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주말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이별
개발자로서의 회고라면서 웬 이별이냐? 할 수도 있지만, 꽤나 장기연애를 했었다.
그만큼 나한테는 큰 이슈였기 때문에 적어보고 싶다.
무엇보다 이별의 이유로 개발자로서의 내 커리어가 컸다.
함께하는 미래가 보이지 않았고 어느 순간 이 관계보다 내 커리어가 중요해서 헤어져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과 헤어지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 근데 헤어진 순간부터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고 너무 후련하다.
그때의 나를 정~말 칭찬해 주고 싶다.
누굴 만나든 우선순위는 '내'가 되어야 한다. 이 신념은 꼭! 지킬 것이다.
이직 생각
지방 IT 기업치고 우리 회사는 규모도 크고, 연봉도 나쁘지 않아서 오래 다닐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올해 회사가 많이 이상해졌고, 한 프로젝트를 잘못 받아서 데드라인 맞추느라 개발자 70명을 집어넣질 않나 외에 기상천외한 일들이 많이 생겼다.
여기에 적을 수 없는 범죄도 ^^
자연스레 이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무작정 퇴사는 너무 리스키 하기 때문에 내가 노력할 만큼 해보자 했다.
연차가 쌓일수록 이제 단순 구현이 아니라 성능을 개선해 보고 싶었고, 불편함을 개선해 보고 싶었다.
대표적인 예로 기존에 우리 프로젝트는 클래스 파일을 하나하나 파일질라로 넣어서 반영을 했었다.
이러다 보니 디렉토리 삐끗 넣거나 실수하면 대참사가 발생하는 일이 간간히 있었다.
후임이나 지원인력이 오면 하나하나 설명해줬어야 했고.. 웹서버랑 WAS가 1~2대가 아니다 보니 어려워들 하셨다.
다른 프로젝트는 젠킨스를 사용하는 곳이 있어서 우리 프로젝트에 넣으면 좋을 텐데.. 하고 혼자 인강 보면서 CI/CD를 공부했다.
그리고 말씀을 드렸지만 빠꾸! 회사 특성상 고객사가 있고 고객이 원하지 않는데 먼저 뭘 바꾼다는 건 정말 위험한 짓이다.
책임도 그만큼 져야 하고 pm님 입장에선 엄~~ 청 귀찮은 일이다. 그래서 당연히 안될 걸 알지만 얘기만 꺼내봤다..ㅎㅎ
개발 서버에라도 안될까요? 했지만 빠꾸 당했다.(나 같아도 거절했을 거다)
우리 고객사 담당자가 다른 프로젝트보다 성격이 진짜 레전드였어서 그러셨던 것 같다.
이미 이 프로젝트에선 핵심인력이 돼버려서 다른 프로젝트로 바꿔주지도 않았다.. 그냥 지원 필요하면 용병으로 나가고 그랬다.
기술적인 발전은 못하겠다 생각하고, 환경을 바꾸고 싶었다. 주임이 너무 나대는 거 아닌가? 싶을 수도 있다.
그치만 우리 회사는 젊은 개발자들이 많았고, 다들 개발에 열정이 없진 않은데 회사가 워낙 닫혀 있고 보수적이다 보니 이 환경에 묻어가는 분위기였다. (개발에 열정 있는 사람들을 별종 취급하는)
스터디 지원 해준다길래 바로 동기들 모아서 jpa 스터디 운영하기도 하고, 부장님이 계속 팀 내 역량 증진을 말씀하셨는데 난 뭔가를 학습하려면 접근성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팀원들이 필요한 책, 인강을 결재 받아 구비했다. (회사 돈으로 인강이랑 책 보고 싶은 마음도 컸음)
회사에서 교육 관련 지원을 잘 해준 덕도 있고 다들 많이 지지해 주셔서 감사하다.
그러던 와중 위에서 말한 심각한 일이 벌어졌고, 도저히 이건 못 참겠다 싶어서 이직을 마음먹었다.
이직 시도
홧김이긴 하지만 꽤 큰 곳에 서류를 냈고, 최종까지 갔다.
처음에는 내가 이직 시장에서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기 위해 지원한 거였는데 계속 붙어서 좀 당황했다.
아쉽게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첫 이직 시도에 이 정도면 만족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프로세스를 겪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이때 개발 블로그의 중요성을 또 느끼기도 했다.
NextStep
넥스트스텝의 TDD 17기를 수료했다.
80만 원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라 정말 고민했는데, 개발자로서의 투자에는 돈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그만큼 후회 없고 정말 잘 들은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이름처럼 TDD 보다는 객체 지향을 알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오히려 이걸 수료하고 나서 이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던 것 같다.
"객체지향을 고려해서 개발하는 회사는 어떨까? 코드 리뷰하는 회사는 어떨까?" 이런 느낌,,
위에서 말한 이직 전형과 기간이 겹쳐서 다 수료하진 못했지만 그거 감안해도 3미션 빼고 다 해서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때 평일 7시~10시까지 캠키고 같이 미션 하는 분들 4명이서 으쌰으쌰 했었는데 그분들 없었으면 놔버렸을 수도 있다.
거의 2~3달 동안 잠을 3~4시간 자면서 했기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ㅠㅠ
이직은 못했지만 여기서 배운 거를 현재 프로젝트에 리팩토링 해보기도 하고 후임한테 코드리뷰도 해줄 수 있어서 좋았다.
2024년엔
올해는 꽤나 빅 이슈들이 몇 번 있었다.
본격적으로 이직을 마음먹었지만 선퇴사냐 환승이직이냐는 아직도 고민 중이다.
물론 환승이직이 베스트겠지만 한 번도 못 쉬기도 했고, 위에서 말한 사건으로 너무 지쳐있는 상태다.
몸까지 신호가 왔기 때문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쉬고 이직한 곳부터는 안 쉬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좀 도태되더라도 편한 길로 가냐, 개발자로서의 열정을 이어 힘든 길로 가냐도 고민하고 있다.
2->1은 되지만 1->2은 힘들기 때문에 잘 생각해야지
인강도 더 열심히 보고, 책도 열심히 읽고, 성장에 아낌없이 투자하자
돈이든 시간이든!